'신세계', '악마를 보았다', '부당거래'의 박훈정 감독 작품
낙원의 밤은 개봉 전부터 한국 누아르의 대표적인 감독 박훈정 감독이 연출한 영화로 많은 이들의 기대를 받은 작품이다. 박훈정 감독은 <악마를 보았다>, <부당거래> 각본을 맡았으며 <신세계>로 성공적인 감독이 되었고 <마녀>로 그 성공을 이어갔다. 낙원의 밤 또한 그의 작품답게 하드고어적은 요소들이 많이 들어가 있으며, 쓸쓸하고 차가운 분위기가 영화 전반을 이룬다.
영화에 대해 조금 알아본 이들이라면 낙원의 밤이 굉장한 혹평을 받은 것을 알 수 있는데, 아마 기존 영화들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더 큰 비판을 받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혹평하는 자들은 뻔한 클리세, 떨어지는 개연성, 영화 분위기를 흐리는 뜬금없는 유머를 크게 꼽는다. 영화를 크게 분석하지 않고 가볍게 보는 나조차 스토리의 부족함을 느꼈으니 박훈정 감독의 팬들이 느끼는 허망함이 약간은 이해가 간다.
하지만, 뻔하고 허술하지만 멋있다. 하드고어적인 요소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만족할 만한 칼질, 총질이 난무한다. 그리고 이를 충분히 소화해낸 배우들이 이 영화를 살려주었다. 태구역의 엄태구 배우의 소중한 존재를 잃어 허무하면서도 처절한 연기가 계속해서 머리에 남는다. 그리고 전여빈 배우의 인상 깊은 마지막 5분, 지킬 건 지키지만 잔인한 조폭 마이사 역의 차승원과 자신의 안위를 위해서라면 동료와 부하도 서슴없이 버리는 양아치스러운 조폭의 양사장 역의 박호산까지 배우들의 꽉 찬 연기로 가득 차있다.
약간의 신파가 섞인 로맨스 누아르 (줄거리)
아픈 누나와 조카 지은을 너무나 소중히 생각하는 태구(엄태구)는 양사장(박호산)의 충실한 오른팔인 조직 폭력배이다. 실질적으로 조직을 이끄는 능력이 있는 태구를 북성파 보스 도 회장(손병호)은 지속적으로 자신의 조직으로 넘어오라고 영입을 시도했지만 태구는 양 사장과의 의리 때문에 이를 거절하고 있었다. 아픈 누나와 조카를 병원에서 만난 후 일이 생겨 데려다주지 못하고 둘 만 태워 집으로 보낸다. 하지만 그게 그들의 마지막일 줄은 생각하지도 못했다. 장례식장에 온 양사장은 이 사고가 우연이 아니며 도 회장이 손을 쓴 것이라며 은근히 전달한다. 태구는 자신의 가족을 죽인 도 회장에게 복수하기 위해 목욕탕에서 도 회장과 접촉하게 된다. 도 회장은 자신이 한 일이 아니라고 태구를 위로하지만 태구는 그가 자신의 가족을 살해한 것을 확신하고 그와 그 부하들을 무참히 살해한다.
다음 날 태구는 양사장을 만나 제주도행 비행기 티켓을 받고 제주도로 잠시 몸을 피하게 된다. 그 둘은 현 상황이 정리되면 함께 블라디보스토크로 떠나기로 약속했다. 제주 공항에 도착 후 담배 한 대 피우려는 그때, 재연(전여빈)이 태구를 데리러 온다. 양사장에게 돈을 받고 태구를 잠시 보살피기로 한 쿠토(이기영)는 재연을 보내 태구를 마중한 것이다. 그렇게 함께 지내게 된 세 사람은 잠시나마 짧은 일상을 함께하게 된다. 며칠 후 태구가 아침 일찍 밖으로 나가 쓰러져 있는 재연을 발견하고 쿠토와 함께 급하게 병원으로 향한다. 재연은 병을 앓아 한국에서는 치료가 불가능하여 한 달 밖에 남지 않았으며, 미국에서 수술을 위해 쿠토가 가지고 있는 무기를 팔아 돈을 모으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한편 서울에서는 도 회장이 공격을 받은 틈을 타 양사장은 북성파를 흡수하려 했지만, 북성파 중간 보스 마 이사(차승원)에 의해 저지된다. 죽을 줄 알았던 도 회장마저 수술을 받고 살아 있단 소식을 듣게 된 양사장은 자신의 부하들이 공격을 받고, 자신의 목숨까지 위협받자 공무원인 박 과장(이문식)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박과장 주도 하에 중국집에서 삼자대면을 가지게 된 그들, 박 과장이 자신의 승진을 위해 큰 소란을 일으키지 말고 조용히 마무리하기를 원하자 마 이사는 제주도에 있는 태구를 넘겨준다면 양사장의 목숨은 살려준다고 제안한다. 양사장은 그렇게 태구를 넘겨주게 되고 마사장과 함께 제주도로 향한다.
재연은 어린 시절 과거 조폭일을 하던 삼촌 쿠토 때문에 양친을 모두 잃게 되었다. 한 조직이 쳐들어와 잠시 자리를 비운 쿠토 대신 재연의 부모님을 모두 죽여버린 것이다. 당연하게도 삼촌을 증오하지만 삼촌과 함께 살면서 삼촌에게 자연스럽게 총 쏘는 기술을 배워 상당한 사격 실력을 가진 인물로 자라게 된다. 그러나 어느 날, 쿠토와 무기를 거래하던 한 조직이 쿠토를 갑자기 살해하고 재연과 함께 도망쳐 한 숙박업소에서 피신하게 된다. 더욱이 태구는 자신의 동료들이 연락을 받지 않자 께름칙하지만 그래도 양사장을 마중하러 공항에 나간다.
공항에서 양 사장을 마주치기 전, 어렵게 연락된 동료의 전화를 받고 양사장이 자신을 팔아넘긴 사실을 알게 된 태구는 그 길로 도망을 치고, 쫓기는 신세가 된다. 하지만 인질로 잡힌 재연을 구하기 위해 제 발로 두 조직을 찾아가 잔인하게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알고 보니 태구의 누나와 조카를 죽인 건 도 회장이 아니라 태구의 보스인 양사장이 었던 것이다. 도회장이 태구를 탐내하는 것을 알고 태구가 나가면 자신의 위치가 흔들릴 것을 알자 미리 손을 쓴 것이다. 결국 태구는 이 모든 사실을 알고 분노하지만 양사장을 죽이지 못하고 마이사에게 죽게 되고 재연은 결국 목숨을 부지한다. 조직 간의 도의도 자신의 부하에 대한 상도덕도 없는 양사장을 마 이사는 당장이고 죽이고 싶지만, 조직간의 이해관계와 박 과장과의 약속 때문에 죽이지 못하고 살려둔다.
어렵게 정을 붙였던 태구도 잃고, 삼촌도 잃은 시한부 재연은 이제 무서울 게 없다. 다음날, 무기력하고 쓸쓸한 표정으로 두 조직이 아침을 먹고 있는 횟집으로 찾아간 재연은 그동안 갈고닦은 총솜씨로 조직원 모두를 쓸어버린다. 재연은 양사장을 향해 몇 번이고 반복해서 총을 쏘며 그의 목숨을 끊어 버린다. 그 후 경찰에게 쫓기며 바닷가를 향하고, 혼자 바다를 향해 걸어가 태구가 듣던 음악을 들으며 자신의 머리를 쏘며 영화는 끝나게 된다.
마지막 5분 만을 위한 영화
솔직히 말하자면, 이 영화는 유튜브에 편집된 줄거리 요약본으로만 봐도 충분하다. 다소 예측 가능한 스토리에 가족, 사랑이 엮인 신파가 들어간 누아르기에 반전이라던지 여운 있는 감명 등 이러한 것들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마지막 5분 전여빈의 전 조직원을 한 번에 쓸어버리는 화려한 총알 난무하는 씬을 보기 위해 10분 정도의 시간을 투자할 가치는 있으니, 유튜브 편집본을 보기를 추천한다. 그리고 감초 같은 마 이사의 뜬금없는 웃음 포인트도 있으니까!